토지거래허가구역은 왜 오히려 집값을 밀어올릴까?
투기를 막으려던 규제가 낳은 역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려고 특정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 보통은 그 지역 거래가 위축되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최근 새로 지정된 '한강벨트' 지역에서는 오히려 매수 신청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성동구는 한 달 새 매수 신청 건수가 60% 넘게 급증하며 신고가 행진까지 이어갔습니다. 투기를 막으려던 규제가, 오히려 "이 지역은 오를 곳"이라는 신호로 읽히고 있는 셈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어떤 규제일까?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거나 지가가 급격히 오르는 지역에서, 정부(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거래 자체에 제동을 거는 제도입니다. 이 구역 안에서 일정 면적 이상의 주택이나 토지를 사고팔려면, 계약 전에 관할 구청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 없이 체결한 계약은 아예 법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처리됩니다.
허가를 받으려면 대체로 실거주 목적이어야 하고, 허가받은 뒤에도 일정 기간(보통 2~5년) 실제로 거주해야 하는 의무가 따라붙습니다. 즉 이 구역에 들어가면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나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가 사실상 막힙니다. 이런 지정은 한 번에 최대 5년까지 가능합니다.
왜 이 규제가 "투기 신호"로 읽힐까?
여기서 역설이 생깁니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새로 지정한다는 것 자체가, 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하게 오르고 있거나 오를 조짐이 보인다는 뜻입니다. 즉 정부가 "여기는 위험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인데, 시장은 이걸 거꾸로 "정부가 지정할 정도면 그만큼 오를 곳"이라는 학습된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6월 30일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임직원들의 성과급 지급에 따른 매수세가 몰리면서 화성 동탄구, 용인 기흥구, 구리시 전체가 새롭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규제가 시작되는 시점이, 역설적으로 그 지역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운 시점과 겹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는 거래가 줄고 있다
다만 여기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2026년 8월 한 달간 전국 토지거래허가구역 매입 신청 건수는 3,541건으로, 전달(5,361건)보다 33.9%, 지난 4월(1만3,437건)보다는 64.7%나 급감했습니다. 즉 전체적인 거래량 자체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감소 속에서도 성동구처럼 특정 지역만 신청이 급증하는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게 지금 상황의 핵심입니다. 규제가 시장 전체의 열기는 식히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유독 매력적이라고 여겨지는 지역으로는 오히려 수요가 더 몰리는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왜 거래는 줄어도 가격은 신고가를 경신할까?
여기서 앞서 다룬 개념들이 함께 작동합니다. 대출규제와 세부담(양도세·종부세) 때문에 집을 팔려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파는 사람은 줄고 사려는 사람(적어도 특정 인기 지역에서는)은 여전한 상황이 겹치면, 실제 거래는 뜸해지는데 어쩌다 성사되는 거래의 가격은 오히려 신고가를 찍는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과정에서 전세가율도 함께 뛰고 있습니다. 성북구(12.3%), 노원구(11.3%) 등 일부 지역은 전셋값이 1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매매 대신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수요와, 매매 매물이 줄면서 전세 매물까지 함께 부족해지는 효과가 겹친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 규제,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제도를 옹호하는 쪽은, 실거주 의무를 강제함으로써 최소한 단기 investment(투기) 목적의 거래는 확실히 걸러낼 수 있다고 봅니다. 반면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이 제도가 거주·이전의 자유와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점, 그리고 정작 거래 자체가 실종되면서 집값 안정이라는 본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을 제기합니다.
실제로 지금 나타나는 현상, 즉 "거래량은 급감했는데 인기 지역 가격은 계속 오른다"는 패턴은 후자의 비판에 힘을 실어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규제가 시장을 냉각시키긴 했지만, 가격 자체를 안정시키는 데는 완전히 성공하지 못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시장과 연결해보기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의 다음 선택지는 좁아질 수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만으로는 특정 지역의 쏠림 현상을 막기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앞서 다룬 대출 규제(DSR)나 세제(양도세·종부세) 카드를 추가로 동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처럼 거래 자체가 지나치게 위축된다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함께 커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관련 뉴스를 이렇게 보면 됩니다
앞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신규 지정" 관련 뉴스를 보면 이렇게 확인해보세요.
"이 지정이 정말 투기를 억제하고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오를 곳'이라는 신호로 읽히고 있을까?"
"전체 거래량은 줄고 있는데, 특정 지역만 유독 예외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규제를 단순히 "집값을 누르는 도구"로만 보지 않고, 그 규제 안에서 실제로 어떤 시장 심리가 작동하고 있는지까지 함께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오늘 기억할 한 문장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를 억제하려는 규제이지만, 지정 자체가 "이 지역은 오를 곳"이라는 신호로 읽히면서 전체 거래량은 줄어도 인기 지역의 가격은 오히려 신고가를 경신하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