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완화됐다는데, 왜 2030년엔 서울 대부분이 세금을 낼까?

 


세금은 줄었다는데, 내는 사람은 오히려 늘어난다?

앞서 다룬 종합부동산세 글에서,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는 세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 제출된 시뮬레이션 자료는 정반대의 그림을 보여줍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2030년에는 강북·금천·도봉구 세 곳을 뺀 서울 22개 자치구의 주요 아파트가 종부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세율을 낮춰줬다는데, 왜 세금 내는 사람은 오히려 늘어난다는 걸까요?



어떤 분석에서 나온 전망일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의원이 KB국민은행에서 받은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면,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시세 상위 5개 단지씩, 총 125개 단지(34평형 기준)를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세제 개편안까지 반영해서 세액을 계산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올해 기준으로 비거주 종부세를 내는 곳은 19개 자치구, 78개 단지(전체의 62.4%)입니다. 그런데 최근 1년(2025년 6월~2026년 5월)간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연 11%)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030년에는 22개 자치구, 101개 단지(80.8%)로 늘어납니다. 지금은 종부세 대상 아파트가 하나도 없는 관악·노원·중랑구에서도 새로 과세 대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왜 이런 역설이 생길까?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앞서 종합부동산세 글에서 설명한 원리를 다시 떠올려야 합니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이 정해진 기준(기본공제금액)을 넘는 부동산에 부과됩니다. 이 기준선은 물가나 집값 상승 속도에 맞춰 자동으로 움직이지 않고, 정부가 별도로 조정해야만 바뀌는 고정된 숫자입니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2027년 이후 기본공제를 실거주 14억 원, 비거주 12억 원, 공정시장가액비율 70%, 세부담 상한 150%로 고정해서 계산했습니다. 문제는 이 기준선이 고정되어 있는 동안,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데 있습니다. 작년엔 12억 원이 안 됐던 아파트가, 집값이 매년 11%씩 오르면 몇 년 안에 자연스럽게 그 기준선을 넘어서게 됩니다. 세율이나 기준을 정부가 강화한 게 아닌데도, 집값 상승이라는 시장 상황만으로 과세 대상이 계속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흔히 "세금 계층 상승(bracket creep)"이라고 부릅니다.



세금 완화 효과는 어디로 갔을까?

흥미로운 건 이 시뮬레이션이 보여주는 시간대별 흐름입니다. 비거주 기준 과세 대상은 올해 78곳에서, 세제 개편 직후인 내년(2027년)에는 오히려 68곳으로 줄었다가, 이후 2028년 82곳, 2029년 94곳, 2030년 101곳으로 다시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정부의 세제 완화 효과는 일시적으로만 작동합니다. 완화 조치가 시행된 첫해에는 분명 과세 대상이 줄어들지만, 그 이후 집값이 계속 오르면 완화로 벌어준 시간이 몇 년 안에 다시 소진되고, 결국 완화 이전보다 더 많은 단지가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어느 지역이 새로 편입될까?

지금은 종부세 대상 아파트가 하나도 없는 관악·노원·중랑구가 2030년에는 새로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강서·관악·구로·은평구에서 각 4곳, 성북구 3곳, 종로구 2곳, 노원·중랑구에서 각 1곳이 새로 추가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예를 들어 은평구의 한 아파트 35평형은 현재 종부세 대상이 아니지만, 2029년부터 비거주 기준 종부세가 발생해 2030년에는 약 113만 원을 내는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이는 앞서 다룬 종부세의 원래 취지, 즉 "상대적으로 많은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추가 부담을 지운다"는 목적과는 다른 그림입니다. 원래 강남권 등 일부 고가주택에 집중되어 있던 세금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 전역의 중산층 아파트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 시뮬레이션에는 "종부세가 아니라 서울시민세"라는 표현까지 따라붙었습니다.



세 부담의 크기도 함께 봐야 한다

단지 숫자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내야 하는 세액 자체도 커집니다. 125개 표본 단지의 전체 종부세 부과액은 올해 589억 원이었는데,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새로 과세 대상에 편입되는 단지가 늘어나면 2030년까지 세 부담이 최대 9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습니다.



이 전망이 100% 확정된 미래는 아니다

여기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 시뮬레이션은 "최근 1년간의 집값 상승률(11%)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된다"는 특정 가정 위에서 나온 추정치입니다. 실제로 상승률을 절반 수준인 연 5.5%로 낮춰 계산해도, 2030년 비거주 기준 과세 대상은 19개구 82개 단지로 여전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11% 상승 시나리오만큼 극적이지는 않습니다.

기획재정부 측은 이런 전망에 대해 특정 상승률이 몇 년씩 계속 유지된다는 전제 자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즉 이 수치는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 "이런 조건이 유지된다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조건부 추정치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확합니다.



실제 시장과 연결해보기

이런 시뮬레이션이 시사하는 정책적 과제는 명확합니다. 만약 서울 집값 상승세가 실제로 이어진다면, 정부는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물가·집값 상승률에 연동해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적으로 "세금을 더 걷겠다"고 발표한 적이 없는데도, 결과적으로 매년 더 많은 중산층 가구가 새로 종부세 대상에 편입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관련 뉴스를 이렇게 보면 됩니다

앞으로 "종부세 대상 확대" 관련 뉴스를 보면 이렇게 확인해보세요.

"이 전망이 특정 집값 상승률을 전제로 한 시뮬레이션일까, 이미 확정된 사실일까?"

"세금 기준선(기본공제금액)이 집값 상승 속도에 맞춰 조정되고 있을까, 아니면 그대로 고정되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세율이 바뀌지 않아도 왜 과세 대상 자체가 계속 늘어날 수 있는지, 그 구조적인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늘 기억할 한 문장

종부세 기준선이 집값 상승 속도에 맞춰 조정되지 않으면,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중산층 아파트가 자연스럽게 과세 대상에 편입되는 '세금 계층 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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