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은 어떻게 스페이스X를 넘어서는 몸값을 받을 수 있을까?

 


아직 상장도 안 했는데 벌써 세운 기록

2026년 6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가치 1조 7,700억 달러로 상장하며 역대 최대 IPO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뒤, AI 기업 앤스로픽이 이 기록을 넘어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목표 기업가치는 최대 2조 달러, 조달 규모는 최대 1,000억 달러에 이릅니다. 아직 상장도 하지 않은 회사가 어떻게 이런 천문학적인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는 걸까요?



IPO는 어떤 절차를 거칠까?

앞서 다뤘던 공모주 청약 글에서, IPO(기업공개)는 기업이 처음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파는 절차라고 설명했습니다. 앤스로픽은 2026년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상장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이 서류를 공개하고, 로드쇼라는 절차를 거치는 것입니다. 로드쇼는 회사 경영진이 기관투자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자리로, 이 과정을 거쳐야 실제 공모가와 최종 기업가치가 확정됩니다.



매출은 얼마인데 기업가치는 왜 이렇게 클까?

앤스로픽의 2025년 말 매출은 90억 달러였는데, 2026년 말 기준으로는 연환산 매출이 1,000억~1,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투자자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사이 매출이 10배 넘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런 가파른 성장세가 2조 달러라는 목표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입니다.

다만 여기서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다룬 인적분할·물적분할 글에서 살펴봤듯, 화려한 숫자 뒤에는 항상 "이 숫자가 정확히 뭘 근거로 나왔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WSJ는 이번 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아직 이 회사의 내부 재무 상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화려한 성장 전망과, 실제로 검증된 재무 건전성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체 잠재시장(TAM)이라는 마법의 숫자

앤스로픽이 이런 높은 몸값을 정당화하기 위해 꺼내든 개념이 TAM(전체 잠재시장, Total Addressable Market)입니다. 이는 "이 회사가 이론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시장 전체의 규모가 얼마인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앤스로픽은 IPO 서류에서 30조 달러가 넘는 TAM을 제시할 계획인데, 이는 앞서 스페이스X가 상장 당시 제시했던 28조 5,000억 달러보다도 큰 숫자입니다.

문제는 이 TAM이라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미끄러운 논리라는 점입니다. 뉴욕대 재무학 교수 아스워스 다모다란은 스페이스X 상장 전, 이 회사의 잠재 시장 추정치가 "합리성의 경계에 도달했거나 심지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TAM은 "이 시장을 전부 차지한다면"이라는 가정 위에 서 있는 숫자인데, 실제로 한 기업이 그 시장 전체를 차지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거대한 숫자는 투자자들에게 "이 회사의 성장 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어서, 대형 IPO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되는 전략입니다.



경쟁사 오픈AI와의 비교도 흥미롭다

앤스로픽만 이런 초대형 IPO를 준비하는 게 아닙니다. 경쟁사인 오픈AI도 기업가치 1조 달러를 목표로 IPO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조 단위의 기업가치를 앞세우면서, 이번 상장이 성사되면 앤스로픽의 몸값이 사실상 AI 업계 전체의 밸류에이션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이 회사가 얼마의 가치를 인정받느냐가, 앞으로 다른 AI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를 매기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변수는 무엇일까?

이런 높은 기대치에도 변수는 남아 있습니다. 중국의 저비용·개방형 AI 모델과의 경쟁 심화가 대표적입니다. 만약 더 저렴한 대안 모델이 시장을 잠식한다면, 지금 제시된 초고속 매출 성장 전망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또한 앞서 다뤘던 AI 위협 논쟁 글에서 살펴봤듯, 앤스로픽의 AI가 실제로 이란의 미군 함정 표적 설정에 악용된 사례가 IPO를 앞둔 시점에 함께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이런 위협 사례를 스스로 공개했다는 건 투명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회사의 기술이 오남용될 위험을 얼마나 잘 관리할 수 있는가"까지 함께 평가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 셈입니다.



실제 시장과 연결해보기

이 IPO는 앞서 다룬 데이터센터, 반도체 슈퍼사이클 글과도 이어집니다. 앤스로픽 같은 AI 모델 기업의 매출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려면, 그만큼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함께 늘어나야 합니다. 이번 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조달된 자금의 상당 부분이 다시 AI 인프라 투자로 흘러들어가면서, 지금까지 다뤄온 AI 투자 붐의 규모를 한 단계 더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관련 뉴스를 이렇게 보면 됩니다

앞으로 "앤스로픽 IPO" 관련 뉴스를 보면 이렇게 확인해보세요.

"이 기업가치가 실제 매출·이익에 근거한 걸까, 아니면 TAM 같은 미래 잠재력에 근거한 걸까?"

"경쟁사(오픈AI, 중국 저비용 모델)와 비교했을 때 이 성장 전망이 현실적일까?"

이렇게 생각하면, 화려한 IPO 뉴스 뒤에 숨은 밸류에이션 논리를 조금 더 비판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오늘 기억할 한 문장

앤스로픽의 초대형 IPO는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근거로 하지만, 30조 달러가 넘는 전체 잠재시장(TAM) 같은 수치는 실제로 그 시장을 다 차지한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에 기반한 경우가 많아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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